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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다른 사람 : 지금 이시대의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CULTURE 2020. 6. 13. 15:29728x90반응형
이 책은 데이트 폭력을 당한 '진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진아'는 회사에서 만난 진섭과 비밀로 연애를 했었다. 그러나, '진섭'은 '진아'에게 장난처럼 뺨을 툭툭 치다가, 지속적인 데이트 폭력을 가했다. 진아는 참다가 진섭과 헤어진 후 온라인상에 폭로했다. 그러나, 세상은 오히려 피해자인 진아를 의심했다. 먼저 맞을 짓을 한 건 아닌지, 남자가 때릴만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등등 진아를 공격하는 말들로 가득했다. 진아는 진섭과 만나는 와중에도 본인의 일에 더 충실히 하며 성과를 보였다. 거기에 질투한 동료들은 본인들끼리 대화한 '메신저 창'을 캡쳐해서 인터넷에 올렸다. 진아가 어떤 사람인지 등 뒷담화를 올렸으며, 그 모습이 오히려 '진아가 맞을 만 했네' 라는 상황으로 몰고갔다.
동료가 올린 메신저 창 캡쳐이미지가 돌자마자 부장은 진아를 따로 불러 위와 같은 말을 한다. 페미니스트라는 말과 '보호받아야 하는 여자'라는 단어가 정말 모순적이다 ㅎ.ㅎ 그래서 저 부장은 오히려 '여자들이 드세며', '남자들은 참고 있는 것이니' 진아씨를 믿지만 '진섭씨 말을 들어보니' 너도 참 맞을만 했다는 식의 맥락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더불어, 네가 폭로한 덕분에 '회사 이미지'에 손상이 갔으므로 너에게 손해배상을 청구 안한것 만으로도 어디냐? 라는 식의 말을 품는다.( 참 익숙한 서사다. ).
그리고, 연인 사이에서 둘 간의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고 폭력이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인가? 세상에 맞을만한 사람이란 게 따로 있나? 그러나, 진아와 진섭의 데이트 폭력은 시작에 불과하다. 또한 저 부장이 말한 '진아가 맞을만한 이유 (명품백을 요구했다거나 등)'은 뒷부분에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이 나온다. 미리 말하자면, 진아는 사내 비밀커플 + 데이트 폭력 피해자 + 주변의 시선 + 스스로에 대한 의심 (정말 내가 맞을 짓을 했나) 라는 요소로 맞으면서 '진섭이 화해의 행동으로 내미는 명품백과 같은 물질'들을 받아서라도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있었다. 진아는 그거라도 안하면 스스로가 미쳐버릴 것 같았다.이 책의 저자 강화길 작가는 영페미니스트 소설을 이끌며 <다른 사람>의로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했다. 최근에 출간한 <화이트 호스>로 '여성 스릴러'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단편소설인 <음복>이 강화길 작가의 여성 스릴러 중 대표작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현실적이면서 극사실주의이고, 오싹해지는 스토리를 잘 쓰신다. 이 책을 보면서도 '스릴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상에선 진아 편도 있었지만, 진아를 의심하는 인물이 다수였다. 또한, 진아와 진섭의 사건에 더불어 진아의 동기였던 유리, 수진의 과거 이야기가 줄줄 엮여서 나온다.
여기서 무서운 점은 유리, 수진, 진아 모두 피해자였지만, 유일하게 가해자의 목소리가 나오는 '동희' 파트에서 '정말 그들이 잘못한 건 아닐까? 행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 건 아닐까?'라는 의심을 같이 하게 만든다. 책을 보면서도 미디어 속에서 '데이트 폭력'을 고발한 용기를 낸 피해자의 목소리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보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건은 자극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은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또한 그들의 개인 신상정보가 파헤치면서 일부에선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버린 사회에 대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또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들고, 가해자인 '동희'도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정말 억울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그러나, 그런 의심과 혼란은 책을 끝까지 다 읽으면 해소된다.
(어찌됐든 가해자 중 한명인 동희는 명백한 가해자다. )그리고, 책 말미에 저자는 '끝이 이야이가 시작된 순간'이라 말한다. 주요 화자인 진아는 이야기의 클리셰가 되며, 이 사회에서도 목소리를 낸 수많은 피해자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기록이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몰입도가 높은 이 책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피해자가 이 세상에서 더 잘살아가기 위해 제3자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 서평을 쓰기가 더 조심스러웠던 같다. 이미 책 이상의 가치를 뛰어넘었단 생각이 든다.
별점 4728x90반응형'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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