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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vie] 인비저블 라이프 : 서로의 희망을 그리는 여성서사 영화
    CULTURE 2020. 6. 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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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는 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때 언니의 초록 드레스를 예쁘다고 해주지 말 걸.

    영화 <인비저블 라이프>는 2019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은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한국의 근대소설과 같이 시대상이 반영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다. 그만큼, 흡입력도 높아 깊이있게 빠져든다. 영화는 1950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한다. 동생 에우르디스와 언니 귀다의 편지로 진행되는 여성서사 영화다. 

    영화의 초반부에 에우르디스는 '그 때 언니에게 초록색 원피스가 예쁘다고 하지 말 걸'이란 말로 회상을 한다. 이 대사가 영화의 시작이자 결말이란 생각이 든다. 귀다는 그리스 출신 선원에게 반해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야반도주를 한다. 그러나, 그 남자는 여러 여자를 동시에 만났고, 귀다는 임신한 채 다시 브라질로 돌아온다. 그러나, 에우르디스는 그 사이에 결혼해서 집을 떠났다. 귀다가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는 '에우르디스가 비엔나로 유학을 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귀다를 더럽다는 식으로 말하며 집에서 내쫓는다. 에우르디스와 귀다는 서로의 상황을 모른 채 편지를 주고 받는다. 귀다는 에우르디스가 피아니스트로서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고, 에우르디스 역시 귀다는 사랑을 찾아 떠나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오해를 안고 산다. 그리고 서로의 힘겨운 현실에도 '너는 꿈을 찾아 잘 살겠지' 라는 마음으로, 너는 그렇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답장없는 편지를 보낸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떠오른 건 이민경 작가의 '코로나 시대의 사랑' 이었다. 본 프로젝트는 이민경 작가의 석사논문 완주기념 프로젝트로, 매주 편지를 메일로 보내준다. 거기서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편지, 그래서 여자들이 그렇게 편지를 써요. 몸을 쓰는 법을 모르고, 모르면서도 그 몸에서 나오는 빛과 열을 다른 여자에게 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여자가 열과 빛을 담아 써낸 줄글을 읽으면서 전류와 감도를 전해받기 위해서. - 코로나 시대의 사랑 중에서

     영화 속 에우르디스는 남편을 만나 원하지도 않은 섹스를 하고, 남편은 시도때도 없이 섹스를 원한다. 음악당에 입학하기 위해 절대 임신을 하고 싶던 에우르디스는 남편때문에 결국 임신을 한다. 산부인과 의사는 전혀 기뻐하지 않는 에우르디스를 보고, 일방적으로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다. (아마 에우르디스가 낙태할까봐 미리 남편에게 말한 걸로 보인다).

    이런 일방통행에 에우르디스는 '사랑을 찾아 떠난' 귀다가 원망스러우면서 귀다가 잘 있길 바라는 마음을 편지에 담는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 속 문장처럼 자매는 서로의 전류와 감도를 전해받길 바랬을 것이다. 그리고, 귀다는 항상 편지 끝에 '엄마, 제발 이 편지를 에우르디스에게 보내줘요' 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절대 편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결말에 나오지만, 사실 에우르디스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편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왜 편지를 전달해주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강화길 작가의 <음복>을 보면 여성 악역이 등장한다. 악역의 여성들은 사회구조 속에서 피해를 받은 피해자이며, 악역이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결국 모든 여자들은 같은 피해를 입었지만, 다른 여자에겐 '악역'으로 비춰진다. 영화 속 어머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인 남편은 귀다를 들이는 순간 '너도 나가!'라며 협박을 하고, 어머니는 평생을 아버지의 억압 속에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 절대 에우르디스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불편한 남성 캐릭터가 잔뜩 등장하는 여성 서사 영화지만, 이는 현실과 다를 바 없다. 

    길 건너 사는 사촌도 15년동안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이 영화는 위 대사 한마디가 스포가 아닐까 싶다. 에우르디스는 언니의 생존을 확인하고자 사람을 시키지만 찾지 못한다. 흥신소에서 나온듯한 그 사람은 '길 건너 사는 사촌도 15년 동안' 한번도 못봤다고 한다. 사실 에우르디스와 귀다는 같은 브라질 땅에 살지만, 서로를 애타게 찾지만 결국 죽을 때까지 만나지 못한다. 60여년 정도 흐른 뒤, 에우르디스가 귀다의 편지를 발견하고, 귀다가 살던 곳을 찾아가게 된다. 학교가 된 그 곳에서 귀다를 빼닮은 손녀를 만난다. 귀다가 야반도주할 때 떨어트린 귀걸이 한 쪽과 손녀가 가지고 있던 귀걸이 한 쪽이 만나면서 이 영화가 완성된다. 

    이 영화에 뭐라고 첨언할 수 있을까. 지독하면서 하릴없이 선택한 인생을 살아가는 자매, 서로의 삶을 응원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한 현실. 남미의 향기와 함께 사회적 억압히 자매의 생에 스며든 영화. 여상서사 영화에 빠져들고 싶다면 추천한다.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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