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글을 쓰다보면 왜 글을 쓰고 있는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고민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을 처음 들게 된 이유는 우연히 본 '웨비나'를 통해서다. 원티드에서 진행한 '뉴닉 에디터가 일하는 법'이라는 웨비나에서 은유 작가의 책을 추천했다. 글쓰기의 최전선엔 에디터로서 고민했던 모든 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고 했다. 이 책은 은유 작가가 진행했던 '글쓰기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가 일어나고 1주기에 웹진 <위클리 수유너머>라는 매체를 만들고 인터뷰를 기획했다. 은유 작가는 설치미술가 박도영 씨를 만나며 '삶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인터뷰를 담았다. 그 이후, 웹진을 운영하고자 <글쓰기의 최전선>이란 이름으로 글쓰기 강좌를 열었다. 해당 강좌에는 대학생, 직장인, 대학원생, 은퇴한 사람 등등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삶을 공유하는 글을 나눈다. 글쓰기 강좌를 운영하면서 글은 왜 써야하는지, 어떤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나도 일로, 학업으로, 취미로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면서 가끔은 글의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 그럴 때 이 책에서 말한 '글쓰기'를 떠올리며 수행하듯 글을 쓰곤 한다. 조세희 소설가는 작가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시민으로 지어온 죄에 대해 말하고자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을 썼다고 했다. 이 글을 보니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란 생각이 든다. 글은 우리가 지어온 죄에 대해 속죄하고, 부당함에 저항하고자 목소리를 내는 삶을 응원하고자 글로서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는 생각이 된다. 가끔 글을 쓰는 직무와 관련된 JD를 보거나, 주변에 '글'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글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칼보다 펜이 강하다는 구절처럼 펜의 힘은 생각보다 무섭다. 그래서, 더욱 글 하나도 조심히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유 작가가는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이를 보편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닌 차이로부터 기존의 보편을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글이 생명력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생명력이 있는 글을 쓴다는 건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기존의 보편성이 현재에선 보편적이지 않은 일이 될 수 있으며, 차이에 대해 날카롭게 예민하게 봐야할 시각도 필요하다. 내가 쓰는 글자 하나에 상처받는 이가 없어야 할 것. 이는 글을 쓰는 사람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모든 이들이 명심해야 할 이념이란 생각이 든다. 글쓰는 일에 고민이 들거나, 매일 글을 쓰다가 갑자기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평점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