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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lmlog] 셔터를 눌렀는데, 건물이 달라 보일 뿐
    LIFE 2022. 2. 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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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카메라로 꼭 담고 싶었던 풍경 중 하나는 건축물이다. 건물은 그 자리에 계속 있지만, 건물에 머무르는 순간의 햇살과 내가 서 있는 위치와 날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묘미가 있다. 특히, YOSIGO의 작품들을 보고 건물에 더 매력을 느꼈다. 건물을 바라보는 화자의 작가의 시선은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그때의 감정이든 이 건물로서 봐주길 바라는 모습이든 말이다. 언어영역 단골문제인 ‘화자의 의도를 알아맞춰보세요’는 문학에만 있는 건 아니다.


    마포 한강변 양화진을 걷다보면 만나는 대교 아래는 언제봐도 비율이 좋다. 저 멀리 하늘이 미세먼지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이 다리를 더 멋지게 만든다. 이 다리를 보면 무한도전 여드름 브레이크가 떠오른다. 한강을 따라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떠오르고, 업무를 받은 스파이들이 거래를 할 듯한 공간이다.

    다리를 보면 저 물 속에서 높은 곳까지 어떻게 지었을RK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장태산국립공원에 있는 이 다리도 나무만큼 높이 뻗어있고 나선형으로 되어 있어 전망대 끝까지 올라갈 수 있다. 굽이굽이 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느낌도 들어 산림욕 제대로 된다.

    다리 사이에도 모빌과 같은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바람이 불면 조형물은 흔들리고 나선형 계단을 더 빠르게 올라갈수록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 찍은 사진인데 장태산은 가을에 유명한 산이라, 다리 색도 나무 색과 맞춘 듯 하다. 색감도 나무와 다리 색이 조화롭게 잘 나왔다. 위에 스며들어오는 햇빛도, 높이에 대한 상상력까지 일으킨달까. 어느 정도 키가 되는 아이들도 신나게 올라간다.

    장태산만큼 계단 오르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원은 포항의 환호공원이다. 포항하면 호미곶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환호공원에 생긴 '스페이스 워크'가 생긴 뒤로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멀리서 보면 롤러코스터처럼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롤러코스터형 계단이다. 허공을 가로지르며 걷는 기분은 꼭 롤러코스터 수리공이 된 듯하면서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발걸음이 조급해진달까. 환호공원의 스페이스 워크는 5시까지만 입장이 허용된다. 다 걷는데 꽤 시간이 걸리고, 곡선이 꺾이는 곳은 중간에 막혀있어서 줄을 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면 더 시간이 걸린다. 물론 135cm 정도 미만의 아이들은 입장이 불가하다. 해가 질 때 가게 되어서 아슬하게 줄을 섰지만 석양이 철로 된 조형물을 비추니, 하늘과 더 잘 어우려진다. 스페이스 워크에 오르면 앞에 있는 바다도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환호공원은 스페이스 워크까지 가는 길에 다양한 조각가들의 작품도 구경할 수 있다. 예술이 사회와 가장 조화롭게 어우려지는 케이스가 아닐까. 예술과 조형물에 친숙함을 느끼려면 일반인들이 작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스페이스워크가 최근 들어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스페이스 워크를 보고 내려오면 보이는 방파제는 스페이스 워크와는 대조적으로 보였다. 바다를 맞서 파도를 막는 역할로서, 공중에서 세상의 중간을 거닐게 만드는 스페이스 워크. 자연에 대비하거나, 어울리거나. 

    그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왔을 때 오래된 건물들은 일종의 규칙을 보이고, 일종의 규칙들은 하나의 패턴의 예술을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청계천, 홍대 일대를 거닐 며, 곡선, 티셔츠 같은 무늬의 창문, 두바이에서 볼듯한 건물들이 필름카메라에 찍히니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하프카메라는 반쪽씩 나뉘니, 하나가 어울리면 다른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하프카메라로 찍은 후, 다시 크롭하여 조합했다. 

    콘크리트와 벽돌건물 외에도 무엇보다 멋진 건, 목조건물이 아닐지. 직지사 앞에 있는 사명대사공원에는 2년 전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리더니 경주 뺨치는 목조탑이 생겼다. 나무만 사용하다 보니 탑 앞에는 소방시설이 철저하게 갖춰져 있고, 꽤 멀리서도 비치는 탑과 물가에 비치는 탑의 그림자는 밤낮 어느 순간에 와도 시선을 뺏는다. 역사를 넘어서 쌓여 있는 건축의 기술이 예술이 되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삶의 일부가 되어간다. 더 재밌는 건 셔터를 누른 후 찍힌 사진에서 건물의 섬세함을 발견하게 된다. 


    📷 canon af 10, 하프카메라 olimpus pen ee3
    🎞 1번 fuji c 200
    2-3번 kodak colorplus 200
    4-5번 kodak gold 200
    6-7번 portra 400
    하프 8번 superia100
    9번 kodak gold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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