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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log] 시간이 들겠지, 어느새 두 계절을 지나왔다LIFE 2022. 11. 6. 14:56728x90반응형
지난 계절동안 찍어둔 필름을 오랫동안 담아두었다가 인화를 맡겼다. 하프 카메라, 삼성 Z145를 사용했다. 두 카메라가 아직은 완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카메라 성격에 따라 각자 고유의 사진이 나왔다.
하프카메라를 처음 들였을 땐 필름비용의 절감 목표가 컸지만, 막상 찍고 다닐 땐 오히려 두 장씩 맞춰 찍을 때의 재미가 있다. 혹은 맞춰지지 않더라도 결과물을 봐야 아니 거기서 오는 궁금증이 더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특히 자연을 담을 때 너무 좋다. 이번 필름은 프로이미지 100을 썼다. 카메라 상태가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니라 빛 노출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있다.
산스장에 가면 3대 운동이 더 하고 싶어진다 남양주 한강이라 부르는 삼패지구공원. 이 곳에 피크닉 매트를 깔고 앉으면 잠시 저 거리에 산책하는 사람과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 든다. 뚝섬보단 조용하고 깨끗하고 도시도 멀지 않아 더 근교의 느낌을 준다.
이 때는 여름. 싱그러운 여름과 타일 인테리어의 카페는 잘 어울린다. 이 곳의 샌드위치가 기막히게 맛있었다. 음식 사진은 이번엔 스킵.
사진을 보면 사진을 찍던 그 날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월요일의 종로-경복궁 구간은 쉬는 가게와 미술관이 많아 아쉬웠다. 그러나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간이 묻어나 있어서 골목 깊이 깊이 파고든다.
내친구 단추 (초점 나간 것도 귀여워) 여기부턴 삼성카메라 필름이다.
지난 3개월은 노동활동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가졌다. 그래서 평일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사진이 많다. 여름엔 관심이 없었지만, 다시 한 번 가고 싶었던 부여에 가족여행을 갔다. 경주만큼 힙플레이스로 뜨진 않았지만 대단한 역사 도시고 엄청난 맛집들이 너무 많았다.
절 앞에서 만난 장춘상회는 후지필름을 판다지만, 다 과거에 있었던 일 같다. 삼성 카메라로 찍은 건 코닥 컬러플러스 200이지만 좋아하는 후지필름을 만나니 새삼 반가웠다. 필름 카메라로 담은 필름카메라 판매점이라니. 예전만큼 요즘도 필름을 어디서든 구하면 좋겠다.여름이 끝날 때쯤 우연히 친구와 강릉에 갔다. 최근 몇년간 가장 무계획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강릉에서 하는 워케이션 페스티벌 티켓이 생겼다는 친구의 말에 한 시간만에 왕복 티켓을 끊고, 숙소까지 끊었다. 극J의 삶을 살던 나에게 무계획의 불안감은 약간의 설렘도 선사했다.
여름 끝, 가을이 눈꼽만큼 보일랑 말랑한 시간이었지만 막상 바닷가에 가니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패딩을 입고 있던 사람도 많았다.
바닷가에 앉아 맥주 한 잔 하려고 할 때, 눈코입으로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그랬지, 여긴 경포해변이었지. 랜드마크인 배모양의 호텔과 경포라고 적힌 배를 보니 생각났다. 모래바람 맞은 거에 비해 사진은 참 잘 나왔다. 쉬는동안 충동질을 많이 못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후 얼떨결에 거의 바로 새 회사에 이직이 확정되어 이때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쉬고 있었지만 새 회사로 이직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커질 때즘 가을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직처가 정해지고 다시 웅장한 노동욕구가 차올랐다. 그 마음도 금새 일주일만에 피로로 꺼졌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어떤 일을 하고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피로한 출퇴근길에서도 '그래도' 라는 단어를 떠올리려면 먼 길을 떠나는 여정에 명확한 부표가 있어야 한다. 그 부표가 흔들릴지라도.
이 돌처럼 어딘가 뜬금없이 서있는 듯 하더라도,
꽃 씨앗을 뿌렸지만 결국 잡초밭이 되었음에도 너무 싱그러워 보일지라도,
목적과 다르더라도 그 가는 길과 결과가 보람차다면 모든 일엔 의미가 있다.
올해의 마지막 필름로그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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