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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vie]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 그 여름으로 계속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
    CULTURE 2023. 8. 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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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면 생각나는 과일, 장소, 음식, 드라마, 영화가 있다. 내가 여름에 무조건 정주행하는 드라마는 <커피프린스 1호점>,  영화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남매의 여름밤>, <가쿠지로의 여름>이었다. 올해 개봉한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이 새롭게 여름영화 대열에 섰다. 


    영화의 도입부는 <태풍이 지나가고>가 떠오른다. 주인공 히사(쿠사나기 쓰요시)는 글을 오랫동안 쓴 작가지만 본인 작품은 잘되지 않고, 대필작가 일로 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출판사에서 또 다시 대필일을 의뢰받았다. 요즘 뜨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다이어트 책. 새로운 작품을 쓰고 있는 중이라 거절하지만, 출판사 직원은 히사를 비웃으며 '그런 건 재미없어서 안팔려요'라고 말한다. 타케는 화가 나지만 쓸쓸하게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집에서 어떤 소설을 쓸지 고민하던 찰나에 구석에 오랫동안 놓여있는 고등어 된장 통조림을 발견한다. 그 순간 어린시절 친구 타케를 떠올리며 고향 나가사키로 추억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가 한국에 소개될 때 응답하라 시리즈의 일본버전이라고 홍보하곤 했다. 이 영화를 단순하게 '추억여행'이란 키워드로 표현하긴 어렵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다면 히사가 어린시절 처음 느낀 다양한 감정들의 경험을 따라간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히사는 어릴 적부터 글을 잘 써 수업시간에 늘 칭찬을 받고 친구들에게도 인기많은 아이였다. 반면, 타케는 가난하여 늘 같은 민소매티 두 장을 번갈아 입고 다니며 책상에 돌고래와 해양생물을 그리는 친구였다. 초등학생 땐 늘 외적인 면만 보고 아이들은 서로를 놀리곤 한다. 타케의 오래된 집을 다른 아이들이 놀리고 웃을 때 히사만 웃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타케는 히사와 돌고래 찾기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히사는 늘 인기가 많지만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약간은 쭈굴대는 면이 있는 순박한 친구였다. 히사의 자전거를 타고 둘은 바다로 떠난다. 돌산을 넘고 바다를 헤엄치며 돌고래를 찾는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라 자제하도록 한다. 이후에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그 이후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예고편에선 둘의 돌고래 찾기 여행에 주목하지만 핵심 스토리는 이후부터 시작된다. 초밥을 좋아하는 히사를 위해 타케는 초밥을 만들어준다며 집으로 초대한다. 늘 과묵하고 표현이 적은 타케는 히사를 위해 아버지의 비법을 담은 고등어 통조림 초밥을 만든다. 작은 실랑이는 있지만 사이좋은 모부와 동생과 늘 화목한 히사는 맛있다는 표현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래서 히사는 타케를 놀리지 않고 감정 표현이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타케는 돌봐야 할 4명의 동생이 있고, 혼자 돈을 벌고 계신 어머니 밑에서 살고 있다. 둘의 가정환경은 차이가 있지만, 타케는 히사를 통해 그 나이에 맞는 순수한 감정을 배운다.

    이후, 타케의 집안사정으로 타케는 나가사키를 떠나게 되고 히사는 타케를 떠나보내며 아버지품에서 엉엉 운다. 히사가 경험한 상실의 감정이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히사 역시 타케와 보낸 시간을 쌓아 만든 우정으로 새로운 감정의 영역을 경험한다.

    나 역시 소지방 출신으로서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개인 사정으로 집과는 조금 먼 시골학교를 다녔고, 그 곳은 그 당시에도 이미 50년이 넘은 학교였다. 내가 생전 처음 가는 동네였지만 친구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내가 사는 동네도 작은동이지만 그 친구들 입장에선 '시내'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우린 동네에 상관없이 흙먼지를 날리며 돌로 만든 미끄럼틀을 타고,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서 땅따먹기 게임을 했다. 

    그 이후 내가 시내 동네로 전학왔을 때, 다니던 시골학교가 폐교 되어 시내학교로 통학하던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쌍둥이 동생들이 있었고 그 당시에는 어른스러워 보였다. 머리도 좋고, 자신감이 넘치며 선배들과도 친하게 지내곤 했다. 이 영화를 보니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도 집안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K장녀로서 책임감은 있었지만, 늘 당당해 보이고 싶어서인지 거짓말을 달고 살았다. 지금의 그 친구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출처 = 공식 스틸컷, 히사의 집
    출처 = 공식 스틸 컷, 타케의 어머니

    이 영화에선 둘의 가정환경의 차이를 보여주면서도 두 친구의 모부는 둘을 모두 따뜻하게 대한다. 감정이 서툰 타케는 감정을 차근차근 배우지 못했지만, 히사의 집, 히사가 보고 큰 모든 것들이 타케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건네 주었다. 
    시골이나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사람들이라면 그 시절의 문화와 분위기가 금새 떠오른다.

    영화의 끝은 두 사람의 현재를 보여주며 끝난다. 어른의 삶으로 살다가 어린시절이 가끔떠오르는 이유는 거침없이 살았던 그 때의 자신이 그리워서이지 않을까. 리뷰를 봤을 때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굳이 영화로 만드냐?' 라는 평도 봤다. 

    그러나, 우리가 한 번쯤 '왜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서툰 감정이지만 감정을 배워가고 관계의 성장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던 순수하던 때였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감독은 아주 성실하게 두 아이의 성장기를 여름에 녹여 표현해냈다. 

    더위에 지쳐 숨 한 번 돌리고 싶은 계절에 추천하는 영화, <1986 그 여름,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극장에서 보길 추천한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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